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맛 없는 복숭아 한 접시!
며칠 전, 어머니께서 손수 담그신 매실청과 오미자청을 보내시면서
택배 상자 틈새마다 과일 몇 개를 넣어 보내셨다.
받고 열어보는 순간 '아 ~ 이를 어쩐다 .. 대공사네' 싶었다.
찜통 더위에 실려오면서 과일들이 죄다 물러져 있었다.
공동체에 내놓을 수 없는 상태라 냉장고 한 귀퉁이에 보이지 않게 넣어두었다가
오늘 아침에야 정리할 양으로 잘게 썰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담고 있었다.
그래도 성한 부분은 차마 버리질 못하겠어서 따로 모으니
위 사진 만큼의 한 접시가 모아졌다.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괜찮은 부분은 따로 모으는 동안 엄마 생각을 했다.
수녀원에 과일이 없지 않음을 아시면서도 굳이 틈새마다
토마토, 복숭아를 끼워 보내신 엄마의 마음을 말이다.
상한 부분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고
거기에 담긴 그리움과 사랑은 내 마음에 담았다.
먹지 않고도 배부르고 달콤함 또한 넘친다.
한 가득 엄마의 사랑을 만지고 마음에 담고 나니 눈물이 난다.
왜 사랑은 눈물을 흘리게 할까
왜 아름다움은 이리도 마음을 약하게 만들까
색 고운 노란 복숭아 한 입을 먹어본다.
맛이 없다!
음 ~ 맛이 없어도 이리 잘 넘어가다니 ...
맛보다 귀한 것을 입에 넣고 씹어 삼킨다.
이런것이 살아있다는 것 아닐까 ...
요즘은 너무 더워서 밤을 지내고 맞이한 아침이 더 힘든데
글을 쓰는 동안 설명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힘이 난다.
맛이 없어도, 너무 덥고 습해 잠을 잘 못자도
내가 사는 삶이 그저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이 마음을 감사의 기도로 올리며 8월의 첫째 날 아침을 지난다.
Sr. 이 글라라 2024.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