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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영화 [침묵의 친구]

2026-04-17

침묵의 친구 Silent Friend 
 
개    봉 : 2026. 4. 15. 
시    간 : 147분 
감    독 : 일디코 에네디
출    연 : 양조위, 루나, 배들러, 엔조 브룸 
줄거리 :  독일 대학의 한 식물원에는 1832년부터 인간을 바라보며 뿌리내린 장엄한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서있다. 
 
              1908년 대학 최초의 여학생 '그레테'
              1972년 식물과 사랑을 동시에 키우는 청년 '하네스'
              2020년 고독한 신경과학자 '토니'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 은행나무는 
              세 사람들의 삶 속으로 고요히 가지를 뻗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침묵의 친구 (Silent Friend) 상세정보 | 씨네21

 

제목과 포스터에 이끌려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며칠이 지났다. 
내 안으로 상영관을 옮긴채 오늘도 [침묵의 친구]는 상영된다. 
 
수많은 은행나무 잎들이 흔들렸다.
잎사귀 사이사이 바람이 들어가 들리는 소리는 흡사 나무의 노래였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우리의 긴 이야기였다. 
 
# 1
영화를 보는 도중, 
요 근래에 나의 내면과 일상에 안착해 나를 불편하게 한 이슈 하나를 내려놓게 되었다. 
본질을 흐리게 하는 에고의 힘겨룸을 멈출 내면의 힘이 솟아난 것이다.
[침묵의 친구]가 바람속에서 바스락 바스락 속삭였다. 
 
내가 나의 책임과 일의 순서, 절차를 따지는 동안 
- 소모되는 감정은 괜찮은지
- 짐작과 추측으로인해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나의 시선은 또 어떠한지
-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은 것에 매달려 전전긍긍 하는 동안 
  '되어야 하는 그리고 되고자 하는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 정말 괜찮은 것인지.
 
영화관을 나오며 나의 마음에 초록불이 켜졌다. 
초록 신호를 보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기쁘게 길을 건너왔다. 
 
수많은 은행나무 잎들이 흔들렸다.
잎사귀 사이사이 바람이 들어가 들리는 소리는 흡사 나무의 노래였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우리의 긴 이야기였다.
 
# 2
연습실에서 독일 작곡가 Max Reger(1873-1916)의 Benedictus 악보를 펴고
D첫 음을 바라본다. 
종이 위의 음표를 만져보았다. 
건반으로 음표를 내려 소리를 더해본다. 환하고 고요하다.
 
아름답다! 
 
1901년 그가 고향 바이덴에서 작곡한 곡을 한 세기가 훨씬 지난 2026년 
서울, 명동 수녀원 작은 연습실에서 연주한다. 
과거와 연결된 나의 시간에 경외감이 가득찬다. 신비롭다! 
이 연결됨이 나에게는 '축복' 이자 '찬미드림' 이다. Benedictus!
 
수많은 은행나무 잎들이 흔들렸다.
잎사귀 사이사이 바람이 들어가 들리는 소리는 흡사 나무의 노래였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우리의 긴 이야기였다.
 
# 3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200여년 된 [침묵의 친구 - 은행나무]가 
풍성한 모습으로 거기에 여전히 올곧게 서있는 모습니다. 
충만함이 화면을 건너와 내 가슴을 꽉 채웠다. 
 

이 장면이 이제 내 안에서 음악의 변주곡(Variation) 처럼 새로운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제1변주, 제2변주 ...... 
 
내게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 어떤 슬픔들과 기쁨, 잊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 내가 품었던 사람들 ... 
이 모두가 새겨졌고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오늘을 산다. 
저 아래 깊은 곳의 뿌리가 나를 지탱하며 가지를 뻗어 잎을 내고 
위를 향해 흔들리게 한다. 
 
수많은 은행나무 잎들이 흔들렸다.
잎사귀 사이사이 바람이 들어가 들리는 소리는 흡사 나무의 노래였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우리의 긴 이야기였다.
 
# 4
1888년 7월 29일. 다섯 명의 지원자가 수녀원에 들어왔다. 
우리 수도회가 한국의 첫 번째 수녀원이니 그들은 최초의 지원자인 셈이다. 
1995년 3월 25일에는 열 아홉명의 자매들과 내가 입회를 하였고, 
올 해 3월 25일에는 한 명의 지원자가 입회를 하였다. 
다섯 명의 첫 지원자들이 남긴 발자국 위로 또 한 사람의 발자국이 덮인다. 
 
수많은 은행나무 잎들이 흔들렸다.
잎사귀 사이사이 바람이 들어가 들리는 소리는 흡사 나무의 노래였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우리의 긴 이야기이다. 
138년 이어져 오는 하느님과 우리의 ... 
 
이제 그만 내면에 마련된 상영관을 나오려고 한다. 
은행잎 두 잎을 양 손에 받아들고 나온다. 
 
"connection"  "I'm not alone" 
 
 
2026. 4. 17. 
Sr. 이 글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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