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부터 가슴에 새겨져 자꾸 멈추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얼굴' 입니다.
토요일에는 수련원 자매들과 성가를 부르고 악기를 연습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부터, 각자 준비한 작은 선물들을 나누고 이 시간을 시작하는데
'어느날 발견한 작은 달팽이 한 마리, 종이접기 개구리의 뜀뛰기, 오늘 아침의 복음 묵상, 안아주기,
팥맛 나는 사탕 하나, 선물을 준비하며 느낀 단상' 이 우리가 준비한 각자의 선물이었습니다.
자매들과 가깝게 만나는 토요일 아침은,
제가 온전히 환대받는 아주 기분좋은 날이며,
그 환대 속에 열려진 마음 너머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 나옵니다.
늘 준비해 가는 것은 악보 몇 장인데 말입니다.
이 시간이 제게 주는 큰 기쁨과 여운중의 하나는
그들의 얼굴입니다.
영혼이 느껴지는 가면 쓰지 않은 진짜 얼굴!
자매들의 얼굴에서는 내면의 선함과 하느님을 향한 열망,
자신의 작음을 부끄러워하며 과연 잘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긴 물음표,
궁금해 하는 마음과 수긍하는 마음, 놀람과 감동,
그리고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그 눈빛에서 다 드러납니다.
그들의 얼굴을 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 얼굴을 본 저라도 잘 보관해 두고 싶습니다.
오래 살다보면 ... 낯빛이 변해가잖아요 ...
주님 승천 대축일, 교황님의 제60차 홍보주일 담화문에 보면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키는 일은
지울 수 없는 하느님 사랑의 반영을 보존하는 일을 의미'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그 얼굴이 제게 하느님을 비춰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남동을 지나 신사역, 논현역을 지나며 보게되는 수없이 정말 수없이 많은
너무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간판을 보며 느꼈던 씁쓸함과 대조되는
긴 여운입니다. 토요일 아침, 수련원에서 만난 우리 자매들의 얼굴은 ...
투명합니다.
진심이 배어 나옵니다.
바라보고 있는 저를 정화시킵니다.
2026. 5. 18. Sr. 이 글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