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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2023-11-23

[이미지 출처 : 미디어 오늘] 
 
MBC경남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를 보았다. 
영화관에는 총 다섯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모두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었다. 
다른 네 명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 어른을 만난 '마음의 아침 풍경'은 비슷했으리라.
 
김장하 어른의 얼굴에 자꾸 눈이 간다. 살아온 삶의 결이 담백하게, 따듯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맑게한다.  
그러나 그 인생의 무게는 내가 감히 쉬이 짐작할 수 없는 그런것이리라. 
김장하 어른을 다큐를 통해 소개해준 (한 번도 만난적 없는) 김현지 PD님과 김주완 기자님에게도 깊은 고마움이 우러난다. 
오랜시간 안좋은 사건들을 취재하고 전달해왔는데 좋은 사람을 찾아서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는 김주완 기자님! 
늘 타인을 인터뷰하던 기자님이 스스로 첫 장면 부터 인터뷰이(interviewee)로 나온다.
기자님은 오랜시간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그분의 침묵을 조용하게 기다린다.
침묵을 다그치지 않는 그의 모습 또한 참 감동적이다. 오히려 그 침묵으로부터 인터뷰의 방향을 정했으리라. 
 
이 다큐를 위해 제작진들은 편집과정에서 주옥같은 말은 일부러 다 뺐다고 한다. 
그저 일상의 평범한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엮어 선생님의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을 잃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선생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는데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는,
이미 어른이 된 그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괜찮다 ~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속을 지녔으나 겉으로 치장하지 않은 선생님의 단순함과 올곧음이 참 좋다.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지 않아도, 남을 나보다 낮추지 않아도 괜찮은 삶이 다큐영화 내내 흘렀다. 
 
'무주상보시(無主相 布施)' -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었다는 생각없이 남에게 베푼다는 뜻이다. 
선생님을 지칭하며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한다. 내가 했지만 내가 했다는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열심한 수녀님들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끝'.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마태 6, 3)" 
 
영화관을 나오며 선생님의 아내를 생각했다. 
돌아와 찾아보니 누군가 선생님의 아내에게 묻는다. '어떻게 함께 살아오셨어요? 쉽지만은 않으셨을텐데 ..'
아내의 대답이 이렇다. ".... 하고 싶다는데 어떡해 ..." 
자신의 재산을 그리 낭비하고 살 수 있도록,
남편이 자신의 삶을 오롯하게 살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아내! 
와 ~~ 김장하 어른에겐 그런 한 사람이 있는 것 아닌가! 
 
영화 [바베트의 만찬]도 떠오르고, 책 [나무를 심은 사람],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통째로 예수님께 쏟아부은 마리아도 떠오른다. 
그리고 나!
나 역시도 내게 값없이 낭비된 사랑 때문에 이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 
 
그리고 '어른'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어른인가? 나이는 물론 그러고도 남아야 하는 나이인데 ... 
물론 나이가 어른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순명서원을 통해 자신을 봉헌하고 사는 수도자들에게 '어른' 이 된다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볼 일이다. 
순명서원이 우리를 어른이 되지 못하게 막는것은 결코 아닐진데 
과연 우리는 어떤가?  
 
왜 이 다큐의 제목 앞에 '어른' 을  붙였을까 ... 곰곰이 새겨보자. 
큰 제목 밑에 영어 부제가 이렇게 달려 있다. 'A man who heals the city' 
김장하 선생님이 '어른'인 까닭은 단순히 자신의 부를 일평생 다른 사람들과 나누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평범하게 꾸준히 오래' 해오셨기 때문이다. 
베풂이 누군가의 존재를 낮추지 않고도 그 고마움을 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하셨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 눈에 띄지 않는 뒷모습을 지닌 김장하 선생님!
쓰는 내내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중에서] 
도서도 있어 남산도서관 택배대출을 신청했다. 여운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Sr. 이 글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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